지적장애를 가진 40대 여성이 20년 넘게 기초수급수당, 장애수당, 대출금 등 수억 원을 착취당하고 노동은 물론 성매매까지 하는 등 ‘현대판 노예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.

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장애인 인권 등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.

이 여성은 현재 정신병원에 반강제적으로 입원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, 이 사건은 현재 경찰에 진정서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.

대전장애인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대전에 사는 지적장애 1급의 A(45) 씨는 25년 전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유성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했다.

당시 20살의 나이에도 지적장애로 인해 중학교에 다니던 A 씨는 보육원에서 자신을 보살펴주겠다는 B(60대 후반 추정·여) 씨를 만나 함께 생활하게 됐다.

A 씨의 현대판 노예생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.

B 씨는 A 씨를 대전의 한 냅킨공장과 식당 등에 취업시켰고, 매월 A 씨의 급여는 B 씨의 몫이었다.

B 씨는 또 그가 가족이 없고 정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초수급자와 장애등급까지 받게 한 후, A 씨 명의의 통장도 여러 개 만들어 급여와 매월 지급되는 기초수급수당, 장애수당까지 관리했다는 게 인권센터 측의 설명이다.

B 씨는 A 씨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캐피탈 등에서 수억 원의 대출도 받았다.

인권센터 측은 또 B 씨가 A 씨에게 폭행을 가하고 성매매까지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.

A 씨가 최근 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을 당시 머리에 신발 굽 등으로 맞은 상처가 있었고, 남성이 악수를 청하거나 어깨를 두드려주는 등 접촉을 시도했을 때 “가슴을 만지면 30만 원을 줘야 한다”는 말을 했다는 것을 폭행과 성매매 의혹의 증거로 내세웠다.

이 같은 A 씨의 현대판 노예생활은 A 씨가 보육원에 있을 당시 자신을 틈틈이 돌봐주던 후원자 C 씨를 최근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서 불거졌다.

후원자 C 씨는 “A 씨의 주소를 우리 집으로 옮겨 함께 생활하면서 대출 관련 독촉장 등이 날라오는 점과 통장에 기초수급비 등 잔고가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”며 “돈을 제대로 세지도 못하는 A 씨가 많은 돈을 대출받은 점, 최근 이상한 여자가 자꾸 찾아와 자신이 보호자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고 노예 생활을 확신해 인권센터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”고 말했다.

한편 A 씨가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 측은 A 씨를 입원시킨 보호자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“알려줄 수 없다”며 확인불가 입장을 밝혔다. 

충청투데이 고형석 기자 kohs@cctoday.co.kr