▲ A 씨의 주민등록초본, 지난 1982년 이후 수십 번의 전입신고 기록이 명시돼 있다.  
 

<속보>= 지적장애를 가진 40대 여성이 20년 넘게 ‘현대판 노예’ 생활을 하며 기초수급수당 등을 착취당하고 성매매까지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입증할만한 정황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. <12일자 5면 보도>

특히 이 여성에게 기초수급수당 등이 입금될 때마다 곧바로 출금되거나 계좌이체된 사실은 물론, 주변 사람들과 주민센터 등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수십 번의 전입신고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.

게다가 이 여성이 25년 넘게 착취당한 기초수급수당, 장애수당, 노동임금, 대출금 등이 모두 5억 원 상당으로 추정돼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.

충청투데이가 입수한 A(45) 씨의 통장 내역서 등에 따르면 1994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A 씨의 통장 4개를 통해 기초수급수당과 장애수당 등이 230여 차례에 걸쳐 매월 입금됐지만, 누군가에 의해 바로 출금되거나 계좌이체된 것으로 밝혀졌다.

이 과정에서 착취가 의심되는 이유는 A 씨가 돈을 제대로 세지 못한다는 점이다.

이와 관련, 대전장애인인권센터 관계자는 “지폐 자체를 그냥 종이 정도로만 생각하는 A 씨가 수십 년 동안 매월 기초수급수당 등이 입금되자마자 자기 발로 은행을 찾아가 돈을 빼고 계좌이체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”며 “A 씨를 보호하고 있던 B 씨가 A 씨의 통장과 카드 등을 갖고 은행에서 매월 돈을 빼 가거나 자신의 통장 등에 계좌이체한 것으로 보인다”고 주장했다. 


   
▲ A 씨의 최근 통장 거래내역서 중 일부, 매월 기초수급수당 등 각종 수당이 입금된 뒤 정해진 시기에 일정한 간격으로 천 원 단위의 잔고만 남긴 채 돈을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. 고형석 기자
실제 A 씨의 통장 내역서에는 수십 년 동안 매월 정해진 시기에 일정한 간격으로 1000원 단위의 잔고만 남긴 채 돈을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.

가령 이달 15일에 60만 원이 입금돼 잔고가 60만 5000원일 경우 하루나 이틀 뒤 5000원만 남기고 60만 원을 인출하거나 계좌이체 하는 방식이다.

이런 식으로 A 씨가 B 씨에게 착취당한 금액은 냅킨공장과 식당 등에서 일한 20여 년의 급여(2012년 최저임금 기준) 2억 2900여만 원, 대출금 2억 4500여만 원, 기초수급수당과 장애수당 등 3100여만 원 등 모두 5억 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.

A 씨의 현대판 노예생활이 의심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.

수십 년 동안 이뤄진 수십 번의 전입신고 사실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.

부모에게 버림받고 가족관계증명서에도 가족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A 씨는 지난 25년간 모두 12번의 전입신고를 했다. 2년에 한 번꼴로 주소를 바꾼 셈이다.

이는 기초수급수당 등을 지급하고 지적장애인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인근 주민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B 씨가 A 씨의 주소를 자주 바꾼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인권센터의 설명이다.

인권센터 관계자는 “모든 정황으로 볼 때 B 씨가 A 씨를 돌봐주기 위한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”며 “A 씨가 20년 넘게 착취당하고 노예처럼 살아왔다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”고 말했다.

고형석 기자 kohs@cctoday.co.kr

양승민 기자 sm1004y@cctoday.co.kr